삶의 목적은 죽기 직전에야 알고 알자마자 죽어버린다던가.
레마르크의 개선문에 나온 대화였다. 아직 살아온 날만큼이나 더 살아가야하지만 지금 같아선 죽기 직전에라도 내가 왜 사는지 알면 다행일 것 같다. 이게 삶의 방향이 맞는지 궁금하고, 잘못 살아왔다해도 다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숨막히게 달려봐야 행복할 것 같지는 않지만 도태되어 남에게 뒤떨어지고 싶지도 않다. 이런 양가감정이 있었기에 최소한의 워라밸을 지키며 나름 생존 경쟁을 이어갈 숭 있는 거 것 같다.
햇볕이 눈부셔 사람을 죽일 정도의 파국적인 결말은 아닐지라도 뭔가를 결정하는 직접적인 계기는 아주 사소한 것일 수 있다. 주말에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붙은 사이버대학의 광고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개설학과들을 살펴보다, 아. 여기나 다녀볼까? 라는 결심으로 이어지는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내 인생에 석사도 아닌 학사 학위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것이 어떤 이득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설프게 새로운 걸 하는 것보다 하던 일이나 잘해야할 것 같았지만 일단 편입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학기부터 대학생이 되었고 지난주에 중간고사를 봤다.
사이버대의 수업난이도는 생각보다 낮았다. 그래도 대학인데, 싶지만 직장인들의 학위 취득이 주목적인데 학사 과정이 힘들면 누가 들어오겠나. 학사 학위 주는 인강이려니 생각하고 듣는 중인데 그래도 학교는 학교다. 일정한 과정을 따라가야하고 이걸 마치면 학기가 끝나고 2년만 버티면 무려 4년제 학사 학위가 생긴다는 기대가 꽤 괜찮다. 그러고보니 난 Bachelor 학위가 없었지 참 ㅋ 배우고 싶었던 내용들이라 조금씩 독학해왔는데 공인된 과정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내친김에 4월에 ADsP 자격증을 땄으며 자격증 몇개 더 따고 졸업하면 이직을 해버리거나(농담이다) 회사 내에서 연구실을 하나 받아서 운용해볼생각도 있다. 매일 1시간반짜리 강의 듣는 건 쉽지 않지만 어차피 술 마시고 놀거나 어영부영 버리는 시간 쪼갠다 생각하면 뭐.....
취직한 이래로 가장 지적으로 생산적인 시기이자 정신적으로는 지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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