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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 벌에 쏘이다 Earth, wind and fire

이날은 고민을 좀 많이 했다. 바다를 보고 싶은데 아예 북쪽인 호쓰에 갈까, 남쪽인 브레이에 갈까. 일찌감치 다녀와서 오후에 킬마이넘 감옥에 가볼까 등등. 하지만 이날도 예상치 못한 이벤트는 생겼다.








큰 기대 없이 갔는데 사람 없는 브라이튼 느낌?
하지만 눈부신 날씨에 바닷가를 걷고 파도 동영상도 찍고 지나가는 개에게까지 인사하다가 내친김에 그레이스톤까지 이어지는 2시간짜리 트레킹 코스를 걷기로 했다.












바다를 왼편에 끼고 신나게 산길을 걸으며 이렇게 사진을 찍다가 그만ㅋ
벌에 쏘였다.

다리를 풀섶에 스쳤을 뿐인데 뭔가에 찔리는 느낌이었다. 풀에 가시라도 있나싶어 보는데 벌이 있더라.

한국땅에서도 안 쏘여본 벌인데다, 벌에 쏘이는 느낌이 뭔지조차 몰라서 정말 얘가 날 쏜게 맞는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 사이에도 다리는 무섭게 따가웠고 몇분 후에는 책에서나 보던 두드러기가 다리로 퍼지기 시작했다.더 찜찜한건,  처음 보는 벌이라서 말벌인지 꿀벌인지조차 모르겠다.
구글맵을 보니 가장 가까운 약국은 1km. 별 수 있나. 산 내려가서 걸어야지.
그 와중에도 다리는 따갑고 두드러기는 무릎까지 퍼졌다.




이 벤치에 앉아서 카드로 벌침을 뺐다. 오늘의 교훈은 산에 갈 땐 긴팔 긴바지를 입자, 가 되겠다.

산을 내려가서 다시 20분 넘는 오르막길을 걸어서 약국에 세티리진을 샀고 열심히 증상을 디스크립션하자 걱정스러운 눈빛의 약사님이 스테로이드연고도 쥐어주셨다. 결과적으로는 괜찮았지만 벌에 쏘인 자리는 하루종일 뜨끔거리고 저렸으며 일주일 정도는 계속 근지러웠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고 바닷가에 앉아 놀란 가슴은 가라앉혔지만 이미 트레킹을 할 생각은 싹 달아났다. 그 와중에 브레이 바다는 여전히 멋진데 피쉬앤칩스가게가 문을 안 연다.

바다는 충분히 봤으니 괜찮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너덜너덜해진 기분으로 더블린으로 돌아와서 펍에서 피쉬앤칩스를 사먹었다.




맛있어서 다행이야.

또 어딜가긴 그렇고, 어제 만난 J양과 한식당에 갔다. 한식 먹으러 더블린 왔댔는데 한번은 같이 먹어야지 싶어서. 물론 맛은 굉장히 모호했다. 오죽 모호했으면 사진도 없나 ㅋ

뜨끔거리고 저린 다리에 얼음 얹고 더블린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그렇게 조신하게 보냈다. 킬마이넘 감옥은 가고 싶었는데ㅠ


본격 더블린 관광 Earth, wind and fire

첫날은 미술관 보고 낮술 먹고 공원에서 빈둥댔고 둘쨋날은 12시간짜리 투어.

한국인 동행 두명을 만나 제대로 된 관광을 해보자.

두분 모두 이날 더블린 도착이라 같이 돌아디니려고 크게 일정을 안 짠 건 맞다. 당일 아침에 만나려고 기다리는데 아아... 소개팅하는 기분이다.


아침 일찍 손톱깎이 사러 가다 만난 율리시즈 동판.
블룸의 동선을 따라가는 투어 코스도 있다더니 여기서 보니 신기하다. 그런데, 그 투어하는 사람들은 다 율리시즈를 완독하고 온건가?!
관심은 있었지만 율리시즈를 읽을 자신은 없어서 포기했는데 운 좋게도 동판을 봤다. 이후에 더블린 시내 곳곳에서 몇개 더 봤다. 이번 여행은, 정말 보물 찾기 같다. 특별히 대단한 목적을 갖지도 부지런히 돌아다니지도 않았지만 깜짝 놀랄 행운들이 곳곳이 가득하다.

여하튼ㅋ 무려 11년만에 구하는 동행인데 둘다 나보다 한참 어린 것 같아서 다 설레더라. 여행카페에서 동행 구하는게 워낙 복불복이지만 이 시즌에 더블린까지 와서 이상한 짓 하는 사람 만날 정도면 그냥 내가 지지리 박복한 셈 쳐야한다.

여하튼 만난 두명은 나와 띠동갑인 남자분1 여자분1인데... 진심 좋았다. 애들은 다들 키도 크고 인물도 훤칠하고 영어도 잘하고 진취적이고 한국의 미래가 밝다며 같이 다닌 9시간 내내 너무나 흐뭇했다. 늙는 증거인가...ㅠ

뻔하지만 켈스의 서와 롱룸, 크라이스트처치 그리고 기근 동상을 보러갔다. 하루 종일 고작 저거 봤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이 날은 아일랜드답지않은 장대비가 하루종일 쏟아졌다. 중간중간 비를 피하고 젖은 옷도 말려가며 에너지 보급을 위한 휴식이 필요했다. 만나자마자 밥 먹고 중간에 커피 마시고 저녁 먹고 헤어졌다.









켈스의 서를 본 소감은

예술은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도구일 수 있다는 점.

크라이스트처치는 그다지 임팩트는 없었다.






기근 동상은... 우중충한 날씨와 맞물려 한참을 바라봤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봤을 때는 동상인데 뭐... 하는 느낌이었지만 실제로 볼 때 느낌은 많이 다르다.
저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는데 웃을수도 없고 참 칙칙한 표정으로 찍었더라. 기네스팩토리 안 간게 하나도 아쉽지 않을만큼 짧지만 강렬한 기억.





하루의 마무리는 언제나 맥주.
장대비에 하루종일 옷이 다 젖어가면서도 좋은 얼굴로 함께 해준 P군 J양 둘다 고마웠다. 그리고 J양은 이날부터 벨파스트를 떠나는 날까지 모든 저녁밥을 같이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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