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4/02 당일치기 경춘선 타기 - 소양강댐, 청평사

그러니까, 아무 계획도 준비도 목적도 없는 출발이었다.
4월 2일. 개교기념일 겸 개원기념일이라는 공식 오프 일정은 에버랜드로 이미 결정되었더랬다. 
하지만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 일은 어디에나 생기는 법. 동행의 사정으로 인해 놀이동산은 깔끔히 무산되었고 대신 창덕궁이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또다시 문제. 거의 매주 가는 종로에서 또 휴일을 보낼 수는 없다. 
그때, 작년 여름에 무산되었던 청평사가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고, 열차 시간 확인과 대략의 일정 - 청량리역-남춘천역- 소양강댐 - 청평사 - 춘천시내에서 닭갈비- 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물론 에버랜드에 못가게 된 원인을 제공한 J양의 guilty를 적절히 자극한 결과임을 부정하진 못하겠다. ㅡㅡ;;;

10 : 20 청량리역 출발 남춘천행 기차.
점심 대신 먹을 김밥이랑 과자를 까먹으면서 수학여행 놀이 시작.

12시 반 정도 된 시각에 도착해서 옆 앞의 관광지도를 보고있자니 택시기사가 와서 말을 붙인다. 어디까지 가시냐고.
소양강댐까지 택시로 올라가면 지금 1시 배를 탈 수 있다고 한다. 버스를 타면 50분이 걸린다는 말에, 설마 바가지 좀 쓰기로서니 어떠랴, 시간 아끼고 편하게 가자는 생각에 택시를 탔다. 가는 동안 이것저것 설명도 해주고 내려올 때 버스 타고 오는 길도 알려줬으니 별로 불만은 없다. 원래 그 요금이겠지만 한명 뱃삯은 빼준다고 15000원을 부른다.

소양강댐 정상에서 택시를 내려 청평사유원지 가는 배를 탄다.
청평사 입장료 포함 왕복 5000원이라고 되어있으나 청평사 입구에서 따로 표를 사야 한다. 1300원이었던가.

아직 나무들이 다 헐벗은데다 공사를 하다 말았는지 곳곳이 다 파헤쳐져 있어서 황량하다. 그래도 날씨가 좋았고, 소양호의 물결이 햇볕에 반짝이는 걸 보니 마음이 트인다.

배에서 내려 황량한 길을 잠깐 올라가면 관광지 앞에 있을 법한 음식점들의 호객이 있고, 그 길을 지나면 이런 다리가 건넌다. 그리고 청평사 가는 길, 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1.7 km을 걸어올라간다.

 


이런 계곡을 따라 걸어간다. 여름이나 가을에 오면 참 좋을 것 같다.


공주가 목욕했다는 폭포. 물색깔이 참 곱다.


드디어 도착한 청평사.
한달 남은 부처님오신날을 위한 연등이 아담한 마당에 또렷한 그림자를 그린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참 예쁜 절이다. 아담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이러고 보니 꽤나 명당이로다.
그나저나 내가 찍은 사진은 이상하게 수평이 안 맞는다. 마음이 삐뚤어져서 그런가?
내려와서 3시30분 배를 타고 소양강댐 정상으로 다시 나왔다. 평일인데도 아줌마아저씨들이 많이들 놀러나왔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친필 비석은 기대하고 있었는데, 육영수여사가 치어 방류한 기념비도 있더라.
뭐, 다 그런 시절도 있기 마련이다.

11번 버스를 타고 명동에서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었다. 오는 길에 커다란 다리를 건너는데 오른쪽으로 소양강처녀 동상이 있다. 아까 택시기사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57세, 아직 생존하신 분이란다.

명동에서 내려 길을 건너면 닭갈비 골목 표지판이 있다. 글씨가 작아 있으나마나고, 그냥 냄새 따라 찾아가는 게 빠르다.
서울보다 맛있긴 한데, 지나가는 길이라면 겸사겸사 먹을만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춘천 시내는 의외로 구경할 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아주 시골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도시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의 도시들이 대개 그렇듯, 근교의 자연경관이나 지역 특산 먹거리를 제외하면 내놓을 만한 관광상품을 찾기 힘들어 보였다. 겨울연가에서 최지우가 배용준을 기다리던 장소가 있었는데 일본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은 많이들 하더라만.





그렇게 다시 택시를 타고 남춘천역에서 6시 45분 기차를 타고 청량리역으로 돌아왔다. 저녁이라 그런지 대학생 또래로 보이는 승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전날 발표 2개와 감기에 걸렸던 후유증인지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잠들어버렸고 눈을 떴을 때는 성북역이었다.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엔 적절한 거리다. 벚꽃철이나 단풍철에는 1박 코스로도 좋을 듯.

by PennyLane | 2009/04/04 23:15 | Earth, wind and fir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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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낮에뜨는달 at 2009/04/05 00:37
-_-난 천안에서 짱박혀서 오도가도 못하고 논문쓰고있었는데ㅠㅠ좋았겠다ㅠㅠㅠㅠㅠ
Commented by PennyLane at 2009/04/05 01:34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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