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조개구이인가?
2) 왜 을왕리인가?
3) 왜 하필 벚꽃이 절정인 주말 저녁에 을왕리로 달려가 조개를 먹고 밤 11시에 집으로 돌아온 것인가?
4) 왜 공항철도를 탔나?
.......시작도 끝도 없고 딱히 인과관계도 없는 나들이였다.
한번쯤 공항 철도를 타 보고 싶었을 뿐이었고 을왕리 해변의 낙조가 그렇게 아름답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다.
그저 지인을 유혹해 을왕리에 가서 조개나 먹지 않겠냐고 말을 꺼냈을 뿐이었는데.
그저 오늘 부천에 실습하러 갔을 뿐이고, 점심시간에 가볍게 중앙공원에서 벚꽃놀이를 즐겨서 마음이 좀 들뜨긴 했다.. 그리고 실습은 오후 4시에 끝났고 송내역에서 인천공항을 경유해 을왕리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
송내역에서 302번 좌석버스를 타고 을왕리 해변에서 내려 길을 건너 을왕리 해수욕장 간판을 따라 바다로 내려가면 좁은 모래밭과 널찍한, 그러나 물은 결코 깨끗해보이지 않는 해수욕장이 나온다. 아무리 서해가 멋진들 동해만큼 깨끗하고 새파란 물결은 기대하면 안 되는 법이다.
날씨도 맑았고, 나들이 나온 사람들도 많아 기분 내기엔 좋은 곳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가슴이 트이는 느낌, 오랜만이군.


바다 사진 보다는 인물 사진 위주라 별로 올릴만한 건 없다. 사실 엽사도 좀 많고.
수평선을 보니 마음이 설렜는데, 그럴싸한 바다 사진 한장도 안 남기고 왔다.
그리고 조개구이와 해물칼국수를 먹고 방파제에서 파도 구경.
원래 이런데는 다 거기가 거기인지라 그저 적극적인 호객 행위를 보이는 업소로 향하면 후회할 일은 별로 없다.
먹고 싶은 만큼 조개 리필해 준다지만 조개구이라는 게 리필까지 받으며 먹을만큼 특출난 맛은 아니잖은가.
어차피 칼국수 먹게 될걸?
........그렇다. 우린 부천에서 한시간을 달려 용유도까지 가서 바다를 보고 조개를 구워 먹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개구이 인증샷.

그 뒤 306번 버스 -> 인천공항 -> 공항철도 -> 5호선 -> 국철 -> 중앙선으로 귀환.
을왕리 해수욕장 입구의 버스 정류장에서는 버스가 서지 않는다. 아래쪽으로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내려가면 버스들이 대기해있는 곳이 있다. 흠냐.
영등포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싶었지만 이미 8시가 지났고 아무거나 타고 인천공항까지 가서 그 적자 경영의 표본이라는 공항철도를 겅험해보고픈 마음에 공항으로 가는데, 불이 환하게 밝혀진 활주로와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보니 바로 어디론가 가고 싶은 충동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공항에는 8시 50분 정도에 도착했는데 너무 피곤해 철도고 뭐고 리무진버스 타고 가고 싶었지만 한적한 공항 2층 파스쿠찌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기력 회복하고 공항철도를 향해 걸어갔다.

공항철도가 적자라는 이유는 충분히 공감간다. 늦은 시각이라지만 그 칸에 총 5명이 탔다는 게 말이나 되는지. 타러 가는 길에도 공항직원이 더 많더라.
그리고 공항철도로 가는 길에는 건물 내부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 경비원에게 걸려 사진 삭제당했지만 몰래 다시 찍으면 된다. 풋.
김포공항에서 환승, 신길역에서 다시 환승, 용산역에서 다시 환승.
한남동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었다. 공항철도나 리무진 버스나 소요시간에는 그닥 차이가 없다. 하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러시아워 시간에 타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다.
부천에서 출발했지만 7시간 정도를 투자한 셈이다.
생각해보니 바다가 보고 싶었고 조개구이가 먹고 싶어 을왕리까지 갔고, 공항철도를 타고 싶어 공항까지 갔을 뿐이다.
가까운 나들이야말로 복잡하게 생각하고 움직일 이유는 없다.
가고 싶을 때 잠시 잠깐 달려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열리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한 나들이였다.
# by | 2009/04/12 01:08 | Earth, wind and fir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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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19일 정재형꺼 가고싶던데ㅠㅠ김동률나옴ㅠㅠ
외과 그 날 당직 안 걸리게 하고 쌩하니 도망가려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