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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착오

부득이한 사정(이라기보단 그저 게으른데다 채용 기준에 학위가 없어서) 수료 후 논문 제출이 지연됐다. 이 바닥이 다 그렇듯 수료하고 데드라인까지 논문 안 내고 버티는 작자들이 많기에 큰 문제는 아니다. 그저 나를 바라보는 지도교수님의 눈빛이 점점 변하는 건 감수해야한다. 처음에는 독촉하다 나중에는 너 같은 것도 사람이냔 눈으로 변하는데......음ㅋ 모든 건 제때제때 하는게 좋다. 특히 지도교수님과 매일 일터에서 만나는 입장이라면.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니 학위를 두개 이상 받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학사 행정이 얼마나 시대 착오적인지도 실감했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하드커버 금박 은박 양장본을 제출하라니. 한 25년전에 우리 아빠 논문 낼 때 그 하드커버였던 것 같은데 아직도 그러고 있다. 겉표지 속표지 인준서 양식에 적어놓은 그 빡빡한 cm와 포인트들을 보는 심정이란 참ㅋㅋㅋㅋㅋ 멀쩡히 ms워드로 작업한 파일을 한글로 옮겨서 mm단위 맞추고 있으면 진정 현타가 몰려온다.
게다가 심사서를 직접 작성해서 날인해서 제출해야한다. 우리 학교만 이런건지 모르겠는데 학사 행정 웹에 로그인해서 입력하면 안 되나? 외부 심사 위원 때문에 불가하다면 일시적으로 인증하고 외부 심사위원 로그인 권한을 열어주면 되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거의 모든 단계를 전산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일히 출력해서 도장 쾅쾅 찍어서 소중히 봉투에 넣어서 빠른 등기 부치러 우체국을 가고 있노라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 이 와중에 지도교수님의 꿀팁. 날인이 필요한 모든 서류는 다 몇부씩 받아놔라. 잃어버릴 수도 있고~~~~ 그래서 각종 인준서와 심사보고서가 몇부씩 내 책장에 꽂혀 있다. 날인까지 완료된 상태로 말이지. 
학교와 직장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 모든 절차를 다 2,3일은 여유를 둬야 하는데 다음주에 집배원 노조 파업이라네? 그저 한숨.......... 물론 회사에서 등기 우편 접수는 받아주지만 중요한 서류들이다보니 아무래도 직접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그나저나 그 하드커버 양장 인쇄 논문 남은 건 라면 먹을 때 쓰나...... 회의실 책장을 뒤져보니 10년 이상 묵은 선배들의 석박사 논문들이 제법 나오는데 요즘 세상에 자원 낭비 밖에 안 될 것 같다. 

왜 이렇게 불만이 많냐면, 내가 쓴 논문이지만 내 마음에 안 들기 때문이다. 지도교수님께서 어찌어찌 논문 비슷하게는 만들어 주셨지만 아무리 봐도 일생의 흑역사가 될 것 같다. 그래도 영어로 썼으니까 아빠 한부 드리면 좋아하실 수도 있겠다. 

덧글

  • 붕숭아 2019/07/05 23:58 #

    한국은 논문을 이렇게 쓰는군요..
    저야 석사논문만 해서 모르겠지만, 그냥 word로 작성해서 내고 출력은 안하고 디펜스 ppt로 했거든요..;;;
    그러고보니 저희아빠도 제작년에 박사 따셨는데, 논문을 굳이 책으로 만든 기억이 나는거같기도 하네요.
    참 행정 별로예요 한국...
  • PennyLane 2019/07/06 11:16 #

    제가 나중에 숭아님 뵐 일 있으면 저희 학교 논문 제출 양식 안내문 보여드릴게요ㅋ 논문 쓰는 것보다 이게 더 피 말렸어요.
    겉표지는 위쪽 여백 2.5cm 속표지는 3cm 국문 제목은 22포인트 영문 제목은 12포인트 소속은 17포인트 이름은 15포인트 막 이래요 ㅋㅋㅋㅋ 그렇게 편집하려면 도저히 ms워드로는 불가능해요. 다행히 해당 학교 인근 인쇄소에 맡기면 양식 딱딱 맞춰서 교정해줍니다ㅠ
    파일은 파일대로 내요. 디펜스 피피티도 있고 출력본도 만들어요.
    심사 완료되면 디콜렉션이라는 학위논문 뱅크 같은데에다 양식 맞춰서 파일 업로드하고 관리자가 승인해주길 기다려(이게 또 며칠 걸립니다) 제출 확인서와 이용동의서를 출력해서 내고 책까지 만들어서 내야합니다. 요즘 책 제본은 제외하는 학교도 있는데 책만 안 만든다 뿐이지 양식 맞춰 인쇄해서 인준서에 도장 받아서 교학처에 내는 건 똑같아요. 그 정도 양식 맞추려면 보통 학교 근처 인쇄소에 맡기는게 또 안전하죠ㅠ
    책 제본 여부만 다를 뿐 한국 석박사 절차는 동일합니다.
    전 모든 절차 마치고 디콜렉션에서 논문 승인해주길 기다리는데 며칠 걸릴지도 모르고 혹시 문제 있어서 재제출 뜨면 생각하기도 싫으네욬ㅋㅋㅋㅋ
    분명히 8,90년대 하던 짓인데 입학원서 성적평가 다 전산화된 세상에 안 바뀌는거 참 별로지 않나요. 분명 며칠전까지 ms워드에 엑셀에 엔드노트에 R써서 논문 썼는데 갑자기 한글로 mm단위 컨트롤하고 있어요
  • 붕숭아 2019/07/06 13:09 #

    ????? 도대체 누굴 위한 이런 규정들이죠? 진짜 비효율적이네요... 아주 가끔 한국 회사들 혹은 사람들과 파일 주고 받을때 한글 써서 깜놀했어요. 요즘도 한글을 쓰는군요.... Hwp포맷 보고 깜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논문이 차라리 더 쉽겠어요... ㅡㅡ 에휴 정말 이놈의 시대착오적 발상들 ㅠㅠㅠㅠ 고생많으십니다 ㅠㅠㅠㅠ
  • PennyLane 2019/07/06 17:35 #

    저도 몇년전까진 요즘 한글을 누가 쓰나 이랬는데 정부기관과 행정부서에서 한글을 아주 사랑하십니다.조달청을 통한 공공기관 구입과 회사, 학교 구매만 없어졌어도 한글은 진작에 도태됐을거예요. 그 극악의 호환성은 용서가 안 되죠ㅠㅠ 급하면 폰으로도 편집하는 ms오피스 쓰다가 한글 쓰면 미칩니다ㅋㅋㅋ한국에서 쓰이는 복잡한 결제 서류 양식들 보시면 이해가 가실텐데... 한글 아니면 그런 문서 디자인이 불가능하거든요. 저 근무하는 곳에서도 행정절차에 필요한 서류 양식은 다 한글로 제공하더라고요. 석박사 논문의 저 괴이한 규정들은 아마 3,40년전에 하던 것 같은데 인력, 자원낭비가 윗분들께는 전혀 문제가 안 되고 학생들이 어떻게 논문을 내는지 관심도 없을테니 아무도 신경 안 쓰고 이어진 전통 같아요. 그때야 석박사가 대단한 일이니 양장 제본해서 주변에 나눠주고 그랬겠지만 지금처럼 석박사 흔하고 인터넷으로 논문 보는 시대에는 이미 불필요한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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