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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 주고 싶은 나,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나 Lane`s daily life

만약 15년전쯤에 이런 주제에 골몰하다보면 가식이니 페르소나니 하는 관념들에 사로잡히고 스스로를 괴롭혔을 것 같다. 하지만 3n년을 산 지금은, 그 모든게 다 '나'라는 걸 안다. 스스로를 보호할만큼 아집이 강해졌고 좋게 보자면 그만큼 나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객관화할 수 있게 되었다.

거창한 건 아니고, 오랜만에 만난 동기가 왜 sns를 안 하냐며 타박했다. 남들 하는 건 뭐든 한발 걸쳐놓는게 좋다며 빨리 계정을 만들어야 팔로워를 빨리 늘릴 수 있다며 본인 팔로워를 보여줬다. 글쎄...... 계정은 있지만 말이지. 난 이미 늦었단다 친구야. 

세상에 섞여 살아가다보면 때와 상황에 맞게 보여지는 나를 바꿔야한다. 가족들 사이의 나, 친구들 사이의 나, 직장 동료들 사이의 나, 까마득한 상급자 앞의 나, 남자친구 앞의 나, 이 모든 경우에 내가 쓰는 탈은 다르지만 이 서로 다른 얼굴들 모두가 바로 나 자신이다. 가식도 아니고 연기도 아닌,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춰 옷을 갈아입든 보여지는 스스로를 선택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가족들이 보고 싶어하는 너, 친구들이 원하는 너, 직장 동료들이 원하는 너, 까마득한 상급자가 원하는 너, 남자친구가 원하는 너의 모습 또한 다 제각각이다. 이들의 바람에 어느 정도는 부응해하지만 그 바람이 내가 원하는 나와 지나치게 부딪힌다면, 내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나를 원한다면 답은 하나다. 사람마다 다들 제각기 다른 답을 내겠지만 나는 내가 수용할 수 없는 나의 얼굴은 내가 아니라 본다.

sns를 하다 깨달은건데, 블로그처럼 어느 정도 익명화할 수 있는 곳이 좋다. 내 신상, 직업, 학력 등의 작은 사생활의 편린조차 내놓는 것이 꺼리는 성격이 인스타를 어떻게 해.......ㅋ 싸이월드가 그랬고 네이버 블로그가 그랬고 페북이 그랬고 인스타가 그랬듯 그 동네가 원하는 '너'는 얼굴을 내놓고 이웃님들과 살갑게 정을 나누고 세상에 더 할 나위 없는 핵인싸인데 그건 내가 싫다. 예쁜 옷 입고 얼굴몸매 뽀샵하기도 싫고 좋은데 놀러가면 죽어라 사진 찍어서 자랑하기도 싫고 카리스마 넘치는 커리어우먼인양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 찍어 올리기도 싫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카페가서 커피 마신 일상 사진인데 왜 뒷배경에는 명품백이랑 차키가 있어야 해??? 주인공이 커피냐 외제차냨ㅋㅋㅋ그리고 그런 사진 보고 왜 감탄해줘야해? 그냥 가방 쪼가리고 굴러다니는 차인데? 그런 모습들이 찌질하게 생각되는 내 자신도 병이지 싶다. 

sns 셀럽 내지는 굉장히 열심히 하는 사람을 몇명 알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페르소나의 충돌이 썩 달갑지는 않다. sns만 보면 얼굴 잘 났고 똑똑하고 현명하고 인기 좋고 커리어도 좋은 사람들인데 그들의 개인적인 단점, 직장에서의 업무 태도와 싸x지 등등까지 알고나서 sns를 보면 쓴웃음만 나온다고 할까. sns에 투철한 직업정신과 전문 지식 자랑할 시간에 회사에서 일이나 잘 하고 회사 사람에게 공손히 굴면 비웃음이나 안 당했지 싶다. 결혼하자마자 마누라 몰래 바람 피우고 세상에서 가장 도덕적인양 구는 인간도 있고 후배 성추행하는 주제에 양성평등주의자인양 물타기 하는 작자도 있고......ㅋ물론 안 그런 사람은 없을테고 싫으면 보지 말라는 만고의 진리지만 sns를 하다보면 마냥 피해다니기도 뭐하다. 그런 부분들을 볼 때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원하는 내 삶의 모습은 아니고, 남의 인생을 보며 비웃는 내 자신의 모습 역시 싫어서 안 보고 안 하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뭐라고 남의 인생을 비웃나. 틀렸다고, 내가 원하는 인생이 아니라면 돌아서면 그만이다. 남에게 관심 없고 정 없단 소리를 많이 듣지만 남의 사생활에 대해 점점 많이 알게 되면서도 그를 좋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처럼 자식, 부부, 심지어 애완동물까지 출몰하는 관찰 예능이 범람하는 시대에 타인의 내밀한 사정 따위 궁금하지 않은 걸 보면 늙긴 늙었나 ㅋ 여하튼 시류에 따르는 것도 어렵고 시류를 신경쓰지 않는 것도 어렵지만 내겐 후자가 더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