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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혼밥 풍경, 칼국수 먹다 망상의 나래를 펴다 A point of view

——- 아래 대화는 모두 나의 망상이다 ———

- 고객님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 갈비 칼국수는 뭐야?
- 네 이번 가을 신메뉴입니다. 부드럽게 구운 엘에이 엘에이 갈비구이를 얹은 쫄깃한 칼국수입니다.
- 차림상은 뭐지?
- 공기밥과 치킨 가라아게가 추가됩니다.
- 그걸로 부탁할게
- 갈비구이칼국수 차림상 주문 완료하겠습니다.

- 맛이 어떠세요?
- 마늘맛이 강한데, 진한 양념 국물인 된장칼국수 같은 맛도 아니고  깔끔한 사골 칼국수 느낌도 아닌 이도저도 아니다. 신김치도 칼국수에는 전혀 안 어울려. 그리고 결정적으로 너무 짜.
- 어머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 회사의 인공지능 기반 고객 피드백 시스템에 반영하겠습니다. 많이 남기셨는데 더 안 드시겠어요?
- 안 먹어. 아, 나 점심에도 라면 먹었네. 비빔국수 먹을걸 그랬나봐
- 미리 말씀 주셨으면 다른 메뉴 추천해드릴걸 그랬나봐요. 다음 방문시 꼭 반영하겠습니다.
- 반영은 됐고 노래 하나 불러봐.
- 블랙리스트에 등록되셨습니다. 더이상의 불필요한 요구시 법적 제재도 가능합니다.

......칼국수 한그릇 먹다가 망상이 도를 지나쳤다.
무심코 면이 먹고 싶어 들어갔던 cj제일제면소.
김치 하나 더 달라는 것도 태블릿으로 가능한 현실이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그 편리함에 감탄하는, 기술의 과도기에 낀 세대가 된 느낌이었다.

태블릿으로 주문이 가능하다면 나중에는 인공지능 혼밥 도우미가 테이블마다 탑재되어 혼밥러들의 말동무가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몇달전, 푸드코트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손님이라곤 5명도 채 안 될 그 넓은 푸드코트 한구석에 시끄러운 말소리가 들려왔다. 혼자 온 사람이 폰으로 먹방 채널을 크게 틀어놓고 식사 중이었다. 먹방으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면, AI가 먹방을 할 시대도 멀지 않았다. AI라면 단순히 먹방 보여주고 별풍선 쏘고 광고 봐주길 기다리지 않고 기계 학습을 해서 구독자 개개인 맞춤형으로 말동무도 해주고 먹방도 같이 해주고 메뉴 추천도 해주고 식당이라면 피드백도 받겠지.

와.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졌다.

2030년쯤 되면 하츠네미쿠랑 정답게 대화하며 밥 먹는 사람이 더 이상 사회부적응자처럼 보이지는 않을거다. 그런데 AI가 인간에게 작업을 걸어도 웃으며 넘어가줄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정말 가까웠나보다.





덧글

  • 핑크 코끼리 2019/10/11 09:40 #

    2030년쯤 되면 하츠네미쿠랑 정답게 대화하며 밥 먹는 사람이 더 이상 사회부적응자처럼 보이지는 않을거다.

    정말 그렇게 되는 날이 멀지 않아보이네요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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